열린부모교육학회 2026년 2월 부모교육칼럼: 유현정 교수(신구대학교 아동보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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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열린부모 작성일26-02-12 15:30 조회13회 댓글0건본문
우리 아이의 첫 ‘윤리적 걸음마’: 공감을 넘어 ‘환대’를 아는 아이로
2026.02.121. ‘착한 아이’라는 프레임을 넘어: 왜 지금 ‘환대’인가?
그동안 부모교육은 자녀의 내면적 성장, 즉 감정을 조절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특히 영유아기는 사회정서윤리 역량의 기초가 형성되는 시기이기에 ‘공감’은 늘 강조되는 키워드였습니다. 하지만 다양성이 공존하고 갈등이 첨예한 현대 사회에서, 내 아이가 단순히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수준의 공감에 머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자녀에게 공감을 넘어선 ‘환대(Hospitality)’의 가치를 가르쳐야 합니다. 환대란 낯선 존재를 조건 없이 받아들이고, 내 공간의 일부를 기꺼이 내어주는 적극적인 윤리적 행위입니다. 영유아기에 경험하는 작은 환대의 기억은 아이가 훗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여 타인과 연대하는 힘의 근간이 됩니다.

2. ‘나’라는 우주를 확장하기: 관조적 공감에서 환대로의 이행
- 영유아기는 발달학적으로 자기중심성이 강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친구랑 나눠 써야지”라고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반발심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진정한 사회정서윤리 역량은 타인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수용하는 ‘관조적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 다름을 ‘흥미’로 전환하기: 놀이터에서 낯선 피부색의 친구나 휠체어를 탄 친구를 만났을 때 아이가 경계심을 보인다면, 이를 자연스럽게 설명해 주세요. “저 친구는 우리랑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동하지만, 너처럼 모래놀이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이처럼 부모가 ‘다름’을 ‘결핍’이 아닌 ‘다양성’으로 명명해 줄 때, 아이의 세계관은 확장됩니다.
- 환영의 언어 가르치기: 낯선 친구가 다가올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에게 구체적인 ‘환대의 기술’을 알려주세요. “안녕? 같이 놀래?”라는 단순한 한마디가 아이에게는 자신의 경계를 허물고 타인을 초대하는 거대한 윤리적 연습이 됩니다.
3.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은 시민성(Micro-Citizenship)’의 기쁨
- 사회정서윤리 역량은 거창한 도덕적 선언이 아니라, 매일의 일상 속에서 몸으로 익히는 것입니다. 아이가 자신이 속한 작은 공동체(가족, 어린이집)에 기여하고 있다고 느낄 때, 윤리적 자아는 단단해집니다.
- 사회적 기여(Social Contribution)의 경험: 가정 내에서 아주 작은 역할이라도 부여해 주세요. 식사 전 수저를 놓기, 다 마신 우유 팩을 씻어 놓기 등이 좋은 예입니다. 이때 부모는 “네가 도와주니 우리 가족의 저녁 시간이 훨씬 행복해졌어”처럼 그 행동이 공동체에 미친 긍정적 영향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아이는 ‘나의 행동이 타인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효능감을 배우게 됩니다.
- 갈등을 ‘협력의 장’으로 만들기: 또래와의 다툼은 해결해야 할 골칫거리가 아니라, 민주적 시민성을 훈련하는 훌륭한 배움의 기회입니다. 장난감을 두고 다툴 때 부모가 판사처럼 판결을 내리기보다, “두 사람 모두 즐겁게 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고 질문하며 아이들이 스스로 합의점을 찾아가도록 기다려 주세요. 이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아이는 연대와 상생의 기술을 익히게 됩니다.
4. 미래 사회를 여는 열쇠: 연대하는 인간(Homo-Solidarity)
우리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여러 기능을 대체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가치 있어지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따뜻한 온기와 윤리적 연대입니다. 미래 사회의 핵심 경쟁력은 혼자 똑똑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들과 협력하여 공통의 선(Common Good)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있습니다.
영유아기에 심어준 환대의 씨앗은 아이가 자라 불확실한 미래를 만났을 때, 고립되지 않고 타인과 손잡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되어 줄 것입니다.
5. 나가는 말: 부모의 삶이 아이의 지도가 됩니다
영유아에게 가장 강력한 교육은 부모의 뒷모습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에게 건네는 따뜻한 인사, 택배 기사님께 전하는 감사의 말, 길가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사소한 행동 속에서 아이의 사회정서윤리 역량은 조용히 뿌리를 내립니다.
부모님의 환대를 경험하며 자란 아이는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품을 넓혀 타인을 안아줄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나’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우리’라는 넓은 바다로 힘차게 나아가기를 응원합니다.
글유현정 교수 (신구대학교 아동보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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